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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작품을 영화로 처음 접했을 때, 주인공과 비슷한 또래였던 14살이었습니다. 어린 나이임에도 첫사랑이라는 소재는 상당히 자극적이었습니다. 아직도 그때 처음봤던 영화의 이미지를 돌이켜보면, 벚꽃과 눈을 배경으로 한 첫사랑에 가슴이 뭉클합니다.

 극 중 타카키는 중학교로 진학하는 시점, 고등학생 시절, 그리고 30살로 접어든 시점. 3번이 나옵니다.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주인공과 비슷한 나이에서 작품을 다시 감상할 때 항상 새로웠기에. 저는 그때마다 이 작품을 더 아꼈습니다.

 20대 후반에 접어든 저는 이번에는 이 작품을 책으로 감상했습니다. 영화는 여러번 돌려봤지만, 글로 읽은 건 이번이 처음이었습니다. 단도직입적으로 초속 5센티미터의 영화와 책은 많이 달랐습니다. 책을 읽고 영화를 다시 생각하면 너무 압축해놓은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책에는 더 세세한 감정이 담겨있습니다.

 


서로에게 다가가는 다른 속도

초속 5센티미터, 벚꽃이 떨어지는 속도.
초속 5미터, 비가 떨어지는 속도.
초속 1미터, 구름이 떨어지는 속도.

 


 이 작품은 '서로에게 다가가는 사랑의 속도는 다 다른것이 아닌가?'라는 물음을 던져줬고, 제가 내린 결론은 '그렇다'입니다. 벚꽃과 비와 구름의 속도가 다르듯이 타카키, 아카리, 카나에 모두 다른 속도여서 같이 나아가지 못한 거라고, 극 중 누군가 조금만 천천히, 혹은 빠르게 맞춰갔다면 이 이야기는 더 행복한 결말로 마무리 지었을 겁니다.

 


첫사랑에 대한 아련함, 잔혹함

 영화가 첫사랑에 대한 아련함이 돋보였다면, 책은 반대로 잔혹했다고 생각합니다. 남자의 첫사랑은 특별하다고 하지만, 책에서의 타카키는 그 특별함에 빠져 점점 자신을 잃어갔습니다.

 영화에서는 극 내내, 첫사랑에 대한 아련함과 추억이 돋보이고 마지막 3부는 OST와 함께 짧은 뮤직비디오 형식으로 끝이 납니다. 하지만, 책은 영화에 없던 3부의 내용이 대거 서술돼있습니다. 주인공이 이제는 혼자 나아갈 수 있도록, 어찌보면 주인공보다 주변의 인물들이 더 고통받으면서, 첫사랑의 잔혹한 부분을 보여줬다고 생각합니다.

 1부에서 첫사랑에 대한 추억을, 2부에서는 짝사랑에 대한 아픔을, 3부에서는 사랑에 대한 현실을 보여줬다고 생각합니다.

 


 영화와 책의 엔딩 부분에서도 느끼는 감정이 서로 대비됬습니다. 전철이 모두 지나가고 그녀가 없는 모습을 확인한 영화와 그녀가 있든 없든 혹시 있더라면 그것만으로 이미 기적이라며 앞으로 나아가는 책의 서술. 저는 영화와 책은 '아예 결말이 다르다'라고도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음에 이 작품을 볼때는 또 꽤나 시간이 흐른 후 겠죠. 그때 느끼는 감정은 또 다를 것입니다. 저는 다른 글로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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